인지과학의 과학사적 의의
인지과학의 출현, 발전, 미래 조망 등을 살펴보았다. 인지과학은 마음, 두뇌 컴퓨터를 연결하여 인간 마음을 비롯한 지적 체계의 본질을 밝히려는 학자들의 지적 호기심에서 생각의 진화적(evolution of ideas on cognition) 과정을 거쳐 자연적으로 점진적으로 형성되었고 다듬어져 왔고, 그 이론체계와 방법론적 틀, 그리고 경험적 증거들을 기초로 하여, 그리고 인지과학적 물음들의 본질적 중요성과 의의로 인하여 20세기, 그리고 21세기의 핵심 과학으로 발돋움하였다.
과학에서 인지과학의 등장과 역동적 발전이 지니는 가장 큰 의의는 인지과학의 과학사적 의의라고 하겠다.
인지과학은 예로부터 인류의 중요 관심 주제였던 심신 관계와 인식의 문제를 정보처리적 틀 내에서 재구성하게 했다. 또한, 미래의 정보사회를 구현하는 이론적 틀과 개념적, 방법론적 도구를 제공해 주었다.
전통적인 물리학 중심의 과학관, 세계관이었던 일방향적 인과적 결정론(모든 것이 미시적인 물질 요소들의 작용 때문에 상향적으로 인과적으로 결정된다는 관점)에서부터 양 방향적 결정론(거시적 (예: 심리 인지적) 요인도 하향적으로 인과적 영향을 준다는 관점)의 가능성을 인정하게 됨에 따라 자연 현실을 보는 세계관이 달라지게 하였다. 유명한 이론물리학자들이 인지과학과 물리학을 연결 하려고 시도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한 모습이다.
제도적으로는 인지과학은 해외에서는 이미 기초과학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미국의 일류대학들에는 인지과학과가 학부에 또는 대학원과정으로 개설된 지 이미 5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유명한 대학을 보면, 한 대학의 인지과학과(과정)에, 50여 명 이상의 교수, 100여 명에 가까운 대학원생, 30~50명의 학부생들이 있으며, 계속 확장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북미의 대학들은 인지과학과나 대학원 프로그램이 없으면 낙후한 대학 또는 일류가 아닌 대학으로 취급받고 있다. 미국과학재단에서는 인지과학 지원 프로그램을 매년 인지과학 지원 연구비를 큰 폭으로 늘어 가고 있으며, 좋은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인지과학, 어떤 학문보다 주변 학문에 큰 영향 주다
인지과학은 21세기의 다른 어떤 학문보다도 주변 학문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으며, 인간, 신체, 마음, 환경, 정보 및 정보처리 활동, 과학, 세계에 대한 기존 관점들의 재구성을 초래하고 있다. 인지과학이 출범하여 이와 같이 21세기의 핵심과학으로 자리를 잡는 데는 튜링기계 이론에 기초한 고전적 계산주의의 힘이 컸다.
계산주의에 힘입어지과학과 언어학과 컴퓨터과학이 연결될 수 있었고, 오늘날과 같은 폭넓은 학제적 연구가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인지과학 연구 경향을 되살펴 보면, 전통적 고전적 튜링기계 계산주의(물리적기호체계 이론)가 더는 인지과학을 독점하지는 않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통적 계산주의가 인지과학에서 중심적 위치를 내주었다는 말은 아니다.전통적 계산주의, 정보처리적 관점은 아직도 인지과학의 주류로 활발한 생산적인 연구를 통해 이끌어 나가고 있다.
컴퓨터 은유의 계산적 접근은 인지과학자들이 마음의 구조와 과정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를 얻게 하였고, 다른 어떠한 이론적 접근보다도 상세하고 정확한 설명과 기술을 도출하게 하였고, 심신 관계에 대하여 행동주의적 일원론도 아니고,신비적 이원론도 아닌 관점을 도입할 수 있게 하였으며, 계산적 가설을 세우고 이를 시뮬레이션하여 검증하는 좋은 방법론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계산적 접근의 결과로 우리는 마음의 과정들이 얼마나 복잡한 것인가에 대하여 깨닫게 되었으며, 동시에 그 계산적, 시뮬레이션 적 이론과 방법의 한계와 가능한 성과의 양면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한 때 전통적 계산주의를 대치할 것 같은 기세를 한때 보였던 연결주의도 그 한계가 인식되었고, 다소 정체 상태를 거쳐, 이제는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로서 다른 새로운 접근과의 유대가 시도되어 혼합시스템(hybrid systems) 모형들이 제시되고 있다.
마음-인지 개념 확장 시도
연결주의란 동역학 체계적 접근의 형성을 위한 중간단계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고(van Gelder,1997), 신경과학과의 새로운 형태의 연계도 시도되고 있다.
연결주의를 비롯한 새로운 접근들은 본질적으로 마음의 개념, 인지의 개념의 확장의 시도들이라 볼 수 있다. (Bem & Keijzer, 1996).
전통적인 정적(靜的), 협의의 마음의 개념을 넘어서서, 물리적, 사회적 환경에서 구체적인 몸에 구현된 마음으로서, 비표상 체계 마음으로서, 많은 정보를 환경에 분산 저장하여 동적(動的)으로 활용하며, 환경과 상호작용할 때에 비로소 존재하게 되는 마음으로서, 많은 생득적, 본유적, 정적 지식이 내장된 체계로서의 마음이 아니라, 최소한 지식(표상)을 지니고 있지만, 환경과의 상호작용 행위가운데서 매 상황에 대한 역동적 적응반응들이 연계되어 이루어지는 순간적 앎(moments of knowing)의 연결들로서 많은 것을 이루는 마음으로서, 여러 다른 마음들(multi-agents)에 의해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으로 제약되고 결정되는 마음, 유전자 알고리즘의 원리에 의해 결정되는 역동적 마음으로서의 개념적 확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체화된 인지 접근 설명에서 언급된 바처럼 고전적 인지주의에 대한 대안적 접근인 체화된 인지 접근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요청되고 있다.
환경에 상황 지워진 인지의 문제를 다루는 문화적 접근, 생태학적 접근, 현상학적 접근, 동역학 체계적 접근, 진화론적 접근 등이 체화된 인지 접근으로 수렴되며 기존의 접근에 대한 보완적 접근으로서 첨가되고 있고, 또한 연결주의와 동역학체계 접근의 접합, 또는 연결주의와 진화론적 접근의 접합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