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과학의 새로운 관점과 물음
다양한 접근들은 인간의 마음, 인지 현상에 대한 재개념화의 필요성과 다원적 설명이 필요성을 제기하며 인지과학의 개념적 기초에 대한 재구성을 인도하고 있다.
인지과학자들의 상당수가 종래에는 어느 한 접근에 안주하여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점점 더 다원적 설명 수준에서 다원적 접근을 연결하거나 통합하여야 하는 외적 절박감이 연구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아니, 인지과학 자체의 다 학문적 본질이 인지과학 연구자들로 하여금 과학을 쉬운 길을 통하여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방법론적으로도 예전과 같이 어느 한 방법만으로 영향력 있는 연구를 수행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특히 신경 인지과학적 연구 방법을 사용하는 경향이 점증하고 있다. 비록 설명적 한계의 문제가 있지만, 인지신경과학적 연구기법의 장래 발전은, 기존의 인지과학이 지니고 있던 물음들과, 현상에 대한 분류체계 등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관점, 새로운 범주, 새로운 물음들을 계속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인지과학의 미래는 다른 학문과의 연계성의 증대와, 그 발전 속도의 빠름으로 인하여 정확히 예측하기가 힘들다고 하겠다.
그러나 현재의 진행되고 있는 인지과학 연구의 전반적 흐름을 근거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의 하나는, 이러한 새로운 접근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인지과학, 인공지능학, 신경과학, 물리학, 철학, 언어학, 수학, 인공생명학, 로보틱스, 진화생물학, 인류학, 동물행동학 등의 연구들, 심지어는 인문학의 문학적 연구들이나 예술학의 이론이 서로 간의 경계가 없이 자연적 마음, 인공적 마음의 과학적 이해와 실제적 구성을 위해 하나로 수렴되어 가며 인지과학이 21세기 과학의 한 핵심 학문이 되는 모습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바랄 수 있는 인지과학의 미래의 모습이다.
노벨상 수상자 스페리 교수가 이미 지적하였듯이 인지과학은 마음관, 인간관, 세계관, 과학관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인지과학을 아는 우리 연구자들은 이제 어느 사람이건 다시는 그 이전으로, 인지과학을 모르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지적 상승 소용돌이에 사로잡힌 것이다.
이러한 인지과학의 역동적인 모양을 볼 때에, 학제적이지 않고는, 즉 다른 학문 분야와의 수렴적 연결이 없이는(한국적 용어로는 융합과학 기술적 접근 없이는) 어느 한 학문만으로는 인지과학을 한다는 것이 이제는 터무니없는 시도라는 생각이, 인지의 본질을 안다는 것이 초기의 계산주의자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단순한 이론체계를 적용하여 이룰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그리고 인지과학이란 끊임없이 변화, 진화하는 다 학문적 수렴의 역동적 학문이라는 생각이 깊어진다. 앞으로의 갈 길이 멀기에 두려움이 앞선다.
인지과학, 학문의 지평을 넓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전의 옛날 19세기의 심리철학이나, 행동주의 심리학이나, 20세기의 고전적 계산주의나, 초기의 연결주의와 같은 좁은 관점을 벗어나서 보다 넓은, 보다 다양한, 보다 적절한 (relevant) 종합적인 관점을 지닐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가능성과, 우리의 그동안의 무지를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게 된다는 가능성에,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다양한 인지과학 연구의 가능성에 고무될 수도 있다.
인류의 생물적 진화가 이제 정지되었다고 간주할 수 있는 현시점에서 이 한계를 마음과, 컴퓨터와, 두뇌와, 몸과, 환경(문화)을, 창의적으로 조합한 인지과학적 변혁 때문에 극복할 가능성을 제시하려는 인지과학의 발전 가능성과 시사는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미래 과학기술의 틀인 NBIC 융합과학기술의 한 핵심축으로서 인류의 각종 작업 수행 능력을 향상하게 시키는 원리를 제공할 융합과학기술의 4대 핵심 축으로서의 인지과학의 미래는 전망이 밝다고 하겠다.
인지과학은 지금도 수많은 학문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종합되어 끓는 소용돌이의 용광로와 같은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용광로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형성되어나오는 산물들은 인간의 생각과, 현실적 응용기술 문명과, 과학의 형태를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 바꾸어 놓으리라고 예측된다.
인공지능 분야
인공지능 연구에서 자연언어처리 시스템, 기계번역 시스템, 추론 엔진, 문자인식 시스템, 음성인식 시스템 연구분야들은 인지과학의 원리를 적용하여 응용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드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시각 연구에 기초한 기계 시각의 연구, 인간의 감각과 운동이 어떻게 협응하느냐를 연구해서 기계에 적용한 로보틱스, 말 인식 인공지능, 인간의 의사결정 이론에 기초한 각종 의사결정 예측 시스템, 경영 의사결정, 행정 의사결정, 유전탐사 의사결정, 의사의 병 진단이라든지, 복잡한 수리문제 및 물리문제 해결을 대행하는 등의 전문가 시스템, 인터넷 검색엔진 등의 영역이 인지과학과 인공지능이 연결된 응용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일상생활 환경 일반
문화사회적으로 날로 복잡해져 가는 현대 생활환경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환경에 대처해 나아가야 하는가의 문제에 대하여 인지과학만큼 실용적 지침을 제공해주는 학문도 보기 드물다. 인지의 기초 분야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인지과학은 사람들로 하여금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내적, 외적 방법을 제공하여준다.
내적이란, 사람들로 하여금 환경에 잘 적응 할 수 있는 인지적 전략을 학습하게 하는 것이며, 외적이란 환경 자체의 효율적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환경에 쉽게 또 효율적으로 적응하게 해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환경과의 상호작용하는 특성의 응용적 구현 작업을 통해 인간의 심적 특성 본질에 대한 통찰을 얻기도 한다.
과거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쳤던 대부분의 환경 대상물들, 인공물들은 대부분이 어떤 확실한 인지적 원리에 의하여 디자인된 것이 아니다. 직관에 의하여, 만들기 용이함을 기준으로, 또는 시행착오 때문에 역사적으로 조금씩 달라져 오고 발전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공물들이 인간의 심적, 인지적, 행동적 특성과는 어긋나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불편을 겪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인간의 심적 특성, 인지의 원리가 적용된 형태의 환경물, 인공물을 디자인하는 데에 응용인지과학의 기본 역할이 있다.
인간의 특성을 고려한 인공물 디자인의 노력은 2차대전부터 강조됐고, 각종 전쟁 도구나 일상생활 도구가 인간의 특성이 고려된 방향으로 재디자인되어 왔다. 인간공학(Human Engineering)이 적용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 시도되고 있고,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동안 이러한 노력은 그 초점이 변화되었다. 이전의 인간공학적 노력은 주로 인간의 신체적, 특히 감각-운동적 특성과 관련하여 인공물, 환경을 재디자인하는 노력이었다.
신체적 특성에서 인지적 특성으로
그러나 지난 20여 년의 움직임은 이러한 신체적 특성 고려의 측면으로부터 인간의 인지적, 정보처리적 측면 고려로 방향 선회를 하였다.
기술 발달에 따라 각종 기계, 시스템 등 인공물이 복잡화되고, 따라서 인간이 특정 인공물, 환경을 효율적으로 판단, 조작, 적응하기 위하여는 인간이 어떤 유형의 지식을 사용하는가, 어떤 전문적 지식이 어떻게 습득되는가, 판단과 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문제 해결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주의와 판단 및 수행의 오류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하는 인지적 정보처리 특성의 파악과 이에 대한 이론적 원리의 적용이 중요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인간공학이 아닌 인지공학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인지과학과 디자인(각종 인공물 디자인) 기술이 결합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의하여 대두한 주요 두 영역이 있다.
하나는 인지공학(cognitive engineering)이고 다른 하나는 인지공학의 한 하위 영역으로도 볼 수 있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연구(HCI: Human-Computer Interaction)이다.